위생과 건강
위생과 건강
  • 대경뉴스
  • 승인 2020.03.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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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에 살 때 참 이해가 되질 않던 장면들이 기억난다. 음식 맛이 좋기로 이름난 동네 아주머니네 부엌을 가보면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 닭도 돌아다니고 더러 쥐도 돌아다녔다. 소 외양간 곁에 바로 부엌이 있는 집도 있었다. 그릇은 맹물로 닦았고, 찬장엔 먼지가, 천정엔 그을음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래도 음식 맛은 좋기만 했고, 누구하나 그 집 음식 먹고 배탈 났다는 사람 있었단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여름 내내 발가벗고 온 동네 쏘다니다 대충 물 한바가지 끼얹고 잠들었다. 겨울이면 씻지를 못해 때국물이 줄줄 흐르고 머리에 이도 득실댔지만 아파서 병원 가는 녀석도 없었다. 귀가 떨어질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구멍이 숭숭 나서 칼바람이 살을 파고드는 낡은 옷 한 두 겹만 걸치고도 여간해선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 콧물 줄줄 흘리다가도 며칠 그러고 쏘다니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나았다.

그땐 그랬다. 대부분의 짐승들이 똥밭에서 구르고 살 듯, 시골 촌사람들은 파리 들끓는 소 외양간에 한두 마리씩 소를 키우고, 닭, 오리, 토끼, 돼지도 키우면서 같이 살았다. 가축들이 만든 거름은 곡식을 살찌웠고 냄새나는 들판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냈다.

우리는 아이 낳으면 산모부터 시작해서 아이까지 온통 돌돌 싸매고 따뜻한 곳에서 키운다. 바람 한 점 들어갈 수조차 없이 과보호를 한다. 언젠가 방송에서 북유럽 어머니들이 차가운 날씨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카페에 가는 모습을 봤다. 그 작은 아이들을 그냥 얼굴 다 드러내고 유모차이 앉혀서 밖에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태워 둔 채 자신들은 안에서 차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참 낯설고 이상했다. 차가운 날씨 탓에 볼 빨간 아이들이 울지도 않고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과도한 결벽증을 가진 연예인들이 더러 보인다. 머리카락 한 올,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깔끔 떠는 모습은 피곤하기 까지 하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더 건강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청결을 생활화 하는 것도 좋지만, 과도하게 위생 따지는 사이, 정작 우리 몸은 외부의 침략자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힘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성, 면역력은 결코 무균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수많은 균과 상처와 싸우며 점차 강한 존재로 성장한다. 천하의 고수일수록 옷 속에 숨겨진 알몸은 숱한 흉터로 가득하다. 바이러스는 싸워서 극복할 존재이지, 피해서 도망 다닌다고 사라질 존재는 아니다. 너무 겁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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