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은 자세, 더 나은 자리
더 낮은 자세, 더 나은 자리
  • 박형주
  • 승인 2020.05.29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의원회관 이사(移徙) 관전평

 

4년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이들의 ‘이사전쟁’이 벌어진다. 천년을 살 것처럼 짐을 모으지만, 국회에서의 4년은 빛처럼 빨리 흐른다. 꾸물거리다 돌아서면 어느새 4년이다. 짐을 가볍게, 간소하게 관리하는 일은, 떠나는 이 자신을 위한 것이요, 들어오는 이를 위한 기본적인 배려다. 

짐을 가볍게 만드는 일과 함께 해야 할 일은 4년마다 이리저리 방을 옮기지 않는 일이다. 재선이상 의원들이 자꾸 방을 옮기면, 나가는 이, 옮기는 이의 짐 처리를 위해 보좌진은 물론이고 뒷정리와 청소를 해야 하는 청소직원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의 머슴 되겠다며 들어온 사람들이 국민을 괴롭히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날마다 복도에 쌓이는 온갖 종류의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분들의 고된 노동 또한 안타깝다.

이런 일을 없애야 한다. 한번 들어오면 낙선 때까지 방을 안 옮기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多選은 벼슬이 아니다. 어른 대접은 높은 층수로 올라가 좋은 전망에 터를 잡는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다 좋은 전망, 풍수를 따지며 다선을 무슨 벼슬인 줄 알고 이리저리 방을 옮기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 더러는 “A초선의원이 받은 방이 더 맘에 든다.”며 노골적으로 빼앗아가는 자들도 있다. 원칙도 없고, 규착도 없다. 오로지 選數가 깡패다. 수치심을 모르는 행태다. 

국민의 종, 머슴들이 자기가 국회의원 더 오래 했다고 텃새 부리고 강짜를 놓는 모습은 추악하다. 젊은이에게 새 방을 내어주고, 좋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제대로 된 다선의원의 도리다. 초호화 빌딩에 있어도 일을 못하면 허수아비요, 천막에 거주해도 일을 잘하면 그가 바로 지도자요, 올바른 선량(選良)이다.

해서 거듭 제안한다. 

처음 국회에 초선으로 들어와 배정받은 방은, 낙선하여 국회를 나가기 전까지 옮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쓰레기도 줄이고, 도배 등 온갖 낭비도 막고, 새로 인부를 사서 책상을 배치하는 따위의 인건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권위는 더 높은 층, 더 전망 좋은 층, 더 밝은 층에 있어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런 욕심을 부리면 혈세가 그만큼 축나고, 고통 받는 국민이 그만큼 생긴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양보하고 배려할 때 바로소 옳은 권위가 생긴다.

입으로는 늘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해놓고, 행동은 늘 “더 ‘나은 자리’로 옮겨 국민을 부려먹겠다.”면, 그런 자를 일러 우리는 ‘위선자(僞善者)’요 ‘철면피(鐵面皮)’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